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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감성글귀/사진/필사모음] 짧은 소설&명언 모음 #1
그 어둠 속에서 나는 자랐고, 바로 그 어둠으로 인하여 나는 조금씩 강해졌다. 그 신령한 푸른빛에 익숙해지면서 어린 나는 투정하거나 심심함을 호소하는 대신 침묵하는 법을 배웠다.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것을 멈출 때 비로소 평화를 얻게 된다는 것을 나는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다.
[ 검은 사슴 - 한강 ]
시간이 거꾸로 흐르면서 나를 옳아매던 일들도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게 되었다. 기한에 맞춰야 하는 일들과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들은 시작조차 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.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그토록 절망하지 않아도 되었다. 아픈 것은 아프지 않고, 이미 손쓸 수 없이 망가진 것은 온전한 채였다. 원인과 결과는 전혀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. 내가 수없이 그 까닭을 되짚었던 일들, 그러나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일들은 그저 몰라도 되는 일들이었다. 텅 빈 담뱃갑이 가득 차고, 식은 찻잔에서 뜨거운 김이 피어올랐다.
[ 디스 옥타비아(14) - 유진목 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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